[CC글로벌에디터][베트남] 베트남 관광, 사상 최대 성장 뒤에 남은 환경 과제

안유정
2025-12-29
조회수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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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유정 에디터

       스페인 몬드라곤 대학교에서 Entrepreneurship을 전공 하며 실제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있다.

       가치소비를 주제로 한 유통 프로젝트와 플리마켓, SNS 마케팅을 직접 기획하며 기후 문제를 삶의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해왔다.

       기후위기는 제도와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과 문화 속에서 마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후정의나 탄소중립 같은 말이 낯설지 않도록, 내가 겪고 느낀 것들을 콘텐츠로 나누고 싶다.




2,000만 명.

베트남 관광 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넘어선 상징적인 숫자다.
베트남관광청(VNAT)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2,15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이미 11월 말 기준 누적 외국인 방문객이 1,915만 명에 달해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1,800만 명)을 넘어섰고, 같은 해 12월에는 푸꾸옥국제공항에서 ‘2,000만 번째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공식 행사가 열리며 베트남 관광 산업 65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화했다.




관광 성장과 환경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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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하롱베이 사진

관광객 수의 증가는 곧바로 환경에 대한 압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하롱베이(Ha Long Bay)다. 하롱베이는 한때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유산’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심각한 해양 오염 문제를 겪어왔다. 실제로 하롱베이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인근 해역에서 수거된 해양 폐기물은 약 1만 톤에 달했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여러 개를 채울 수 있는 규모로, 관광객이 버린 플라스틱 병과 비닐봉지, 그리고 양식업에서 사용된 스티로폼 부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관광 성수기에는 문제의 양상이 더욱 분명해진다. 하롱베이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700만~85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여름과 국제 관광 성수기에는 크루즈 투어와 카약 체험이 집중되며 작은 섬과 만 안쪽에 플라스틱 부유물이 대량으로 쌓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세계자연유산을 찾았지만 쓰레기 바다를 마주했다”는 불만이 잇따르며, 환경 문제가 관광 경쟁력 자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러한 위기 인식 속에서 꽝닌성 인민위원회와 하롱베이 관리위원회는 2019년부터 ‘하롱베이 플라스틱 프리’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유람선과 관광 서비스 전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구매·판매·사용을 금지하고, 플라스틱 병을 알루미늄 캔 생수로 대체하는 등 관광 현장에서의 소비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관리위원회는 유람선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최대 90%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해안 완충지대와 문화유산 핵심 구역을 나눠 부유 쓰레기를 상시 수거하고, 만 내부에 부유식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는 등 관리 체계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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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하롱베이의 쓰레기 수거 현장 사진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관광 개발과 항만·도시 확장이 계속되는 한, 플라스틱 저감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하롱베이 일대에서는 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자생 산호 234종 중 약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며, 해양 생태계의 회복과 파괴가 반복되는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베트남 정부는 2024년 5월 총리 결정 제389/QD-TTg호를 통해 하롱베이 핵심 지역 일부를 국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승인하며, 보존 중심의 관리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롱베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남부의 대표적 해안 관광지인 바리아–붕타우(Ba Ria–Vung Tau) 역시 관광 성장의 그늘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근 붕타우의 백비치(Back Beach)와 다우비치(Dau Beach) 일대에는 하루 최대 50~60톤에 달하는 해양 쓰레기가 밀려들며, 해변 곳곳이 플라스틱 병, 스티로폼, 유목, 그리고 침입성 수생 식물인 부레옥잠(water hyacinth)으로 뒤덮였다. 특히 일부 구간에서는 쓰레기가 두께 10cm 이상 쌓일 정도로 심각해, 수십 명의 환경미화 인력과 중장비가 동원돼도 정화가 수일씩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관광업계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해변 인근 리조트와 상점들은 악취와 경관 훼손으로 예약 취소와 방문객 감소를 호소하고 있으며, 하루 수거 비용만 수백만 동에서 수천만 동까지 늘어나 지역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이 대부분 사후적 정화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강과 해양을 따라 유입되는 쓰레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모니터링·조기경보 시스템과, 인접 지역과의 광역 협력이 병행되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관광환경 문제의 핵심 — 무엇이 문제인가?

베트남의 관광 산업은 빠른 성장과 함께 환경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관광객 증가와 도시화가 맞물리며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특히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베트남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2018년 약 370만 톤에 달했으며,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760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연간 재활용되는 양은 약 40만 톤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은 매립이나 소각 처리되고 있다.

폐기물 관리 인프라의 한계는 해양과 연안 생태계로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진다. 베트남에는 약 660개의 매립지가 존재하지만, 위생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처리되지 않은 폐기물은 강과 하천을 따라 해양으로 유입되며, 이로 인해 베트남은 세계은행 기준 세계 5대 해양 플라스틱 오염 국가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관광 산업 역시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관광지는 플라스틱 사용이 집중되는 공간이자, 동시에 환경 훼손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영역이다. 베트남 관광협회(VITA)는 관광이 플라스틱 오염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주요 발생원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플라스틱 프리 선언과 정책 변화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베트남 관광 부문은 ‘플라스틱 없는 관광’을 향한 집단적 전환을 선언했다. 베트남 관광협회(VITA)는 모든 회원사가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완전히 제거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운영 정책에 통합하겠다고 공식 약속했다. VITA 회장 부테빈(Vũ Thế Bình)은 이 서약을 “플라스틱 없는 관광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촉매제”라고 표현하며, 관광 사업체의 적극적 참여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선언은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VITA는 이미 2018년부터 ‘베트남 관광,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를 위해 손을 잡다’, ‘관광에서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 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운영해 왔으며, ‘플라스틱 없는 관광 사업체’ 인증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 결과는 지역 단위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호이안에서는 캠페인 시행 3개월 만에 호텔 플라스틱 폐기물이 64% 감소했으며, 닌빈 지역에서는 호텔(23%), 레스토랑(14%), 관광지(20%)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지속가능 관광의 흐름

관광 산업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베트남 내부에서도 관광을 바라보는 인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여행과 관광 상품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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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호이안의 야경


이 같은 변화는 관광객의 선택 기준에서도 확인된다. Booking.com의 「2025년 관광 및 지속가능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여행객의 41%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지속가능 관광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절약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2024년과 비교해 뚜렷한 인식 전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응답자의 58%는 여행 중 재활용과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가장 실천하고 싶은 습관으로 꼽았으며, 62%는 여행지 선택 시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관광으로 인한 폐기물과 오염이 지역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인식한 비율도 46%에 달했다.

이러한 수요 변화는 지역 차원의 관광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다낭(Da Nang)은 최근 몇 년간 녹색 관광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지속가능 인프라 투자와 관광 구조 재편에 힘을 쏟고 있다. 다낭시는 대중교통 확충과 관광객 흐름 분산을 기반으로 중심 관광지에 집중되는 환경 부담을 줄이고, 생태 관광·지역사회 기반 관광·농업 관광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한 마을 한 제품(OCOP)’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역 농산물과 전통 생산물을 관광 콘텐츠로 연결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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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꾸라오참의 해변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는 가시화되고 있다. 다낭은 세계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관광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기업들이 국제 지속가능성 인증을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푸라마, 포시즌스, 실크센스 리버사이드 리조트, 라 시에스타, 알마니티 등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은 숙박 시설들은 평균적으로 예약률 30% 증가, 매출 40% 증가, 에너지·폐기물 처리 비용 약 20%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환경 전환이 단순한 이미지 전략을 넘어, 관광 산업의 경제적 경쟁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낭 인근의 호이안(Hoi An)과 꾸라오참(Cu Lao Cham)은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친환경 관광 실험이 축적된 지역으로 꼽힌다. 꾸라오참은 2009년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플라스틱 없는 관광 모델을 선도해왔고, 호이안 역시 친환경 카페, 나일론 봉투 없는 시장, 관광객 대상 환경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가능 관광을 지역 정체성과 결합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호이안은 국제적으로도 플라스틱 없는 관광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 여러 제로 웨이스트 관광지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아가야 할 길

관광 성장의 이면에는 분명한 환경적 대가가 존재한다.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었지만, 정책적 선언과 현장 실행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남아 있고, 관광객 행동 변화 역시 제도만큼 빠르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 해안 침식, 집중호우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는 관광지 환경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관광 산업의 성장이 곧 지역 생태계의 부담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해소하지 않는 한, ‘성공한 관광 국가’라는 수식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쉽게 되돌릴 수 없다. 하롱베이와 붕타우, 그리고 수많은 해안과 섬 관광지가 보여주듯, 환경 회복에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지만 파괴는 한순간에 이루어진다. 관광이 자연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면, 그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베트남이 관광 성장의 속도만을 성과로 삼는다면,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환경을 보존의 대상이 아닌 관광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정책·산업·관광객 행동이 함께 전환된다면 2,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위기의 신호가 아니라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그림1. 베트남정부

그림2. AFP

그림3. VnExpress/Nick M

그림4. 베트남 픽토리알. 타잉지앙(Thanh Giang)/VNP




참고자료

자료1. INSIDEVINA.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 연 베트남, 내년 2500만명 ‘정조준’. 2025.12.26

자료2. 굿모닝베트남. 베트남, 2025년 첫 8개월간 국제 방문객 1,390만 명... 21.7% 증가 2025.09.08

자료3. Vietnam.vn. 하롱베이는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2025.06.06

자료4. INSIDEVINA. 하롱베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관광객 투기, 무분별한 개발. 2023.05.30

자료5. INSIDEVINA. 하롱베이, 뒤덮힌 플라스틱 쓰레기에 외국인 관광객 ‘외면’ 2024.03.25

자료6. Vietnam.vn. 하롱베이 해양보호구역 설립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증진시킨다. 2025.09.24

자료7. Báo Sài Gòn Giải Phóng . Ba Ria–Vung Tau’s coastal tourism under strain as waste chokes shorelines. 2025.10.09

자료8. Vietnamnet.vn  Trash floods Vung Tau’s Back Beach, workers race to clean up. 2025.11.12

자료9. INSIDEVINA. KPMG “베트남,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향후 5년간 90억달러 필요”. 2025.07.11

자료10. 청색경제뉴스. 베트남, 플라스틱 재활용률 85% 목표…2025년까지 순환경제 전환 박차.2025.12.16

자료11. 굿모닝베트남. [넷제로] 베트남,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 2025.11.28

자료12. 굿모닝베트남. 베트남 관광 부문,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거 약속 2025.01.27

자료13. Vietnam.vn. 베트남 여행객들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외의 사항들. 2025.07.10

자료14. Vietnam.vn. 베트남 관광객의 41%는 플라스틱 없는 여행을 우선시합니다. 2025.07.12

자료15. 베트남 관광청. Da Nang boosts green tourism. 2025.10.31

자료16. furama 홈페이지. 호이안과 꾸라오참 –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관광지로 세계에 이름을 올리다. 

자료17. Vietnam.vn. 다낭 관광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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