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그린에디터][필리핀] 아름다운 보라카이에 세워진 거대한 보호벽

CC에디터 전정원
2023-09-06
조회수 2303



전정원 에디터 


🖊️전정원 에디터
 

현재 필리핀 내에서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지역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만 4세의 아이들, 현지 주민들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선진국의 환경남용이 개발도상국에, 그중가장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제일 먼저 찾아온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재난이 더 크고 자주 발생해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난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그들의 터전은 가해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곳에서 근무하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고 싶었다.


 


보석의 섬이 쓰레기 섬이 되기까지

아름다운 모래와 에메랄드 빛 바다 대신 해안쓰레기로 뒤덮인 화이트 비치


보라카이는 세부, 칼리보, 보홀과 같이 한국인에게 큰 인기가 있는 필리핀 휴양지 중 한 곳이다. 한 해 관광객 2백만 명 이상이 찾으며, 보석의 섬이라 불렸던 보라카이는 2018년 4월 26일 당국의 비상사태 선포에 의해 6개월간 섬 폐쇄를 하게 된다. 바다 앞은 술병과 쓰레기들로 뒤덮였고, 하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에서는 오물이 바다로 흘려보내 졌다. 자연이 준 아름다운 이곳은 어느덧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주 산업 중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석의 섬을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며 단호하게 폐쇄결정을 내리기까지, 보라카이는 끝 없이 긴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을 것이다. 개장 후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다시 살아숨쉬는 보라카이를 마주할 수 있기까지 필리핀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으며, 필자가 보라카이의 호텔, 식당, 바다에서 볼 수 있었던 환경보호 실천 및 환경 규제를 이번 기사에 담아볼 것이다.



6개월간의 폐쇄기간 동안, 보라카이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폐쇄된 후, 정비에 들어간 보라카이


보라카이 폐쇄를 결정하고 난 후 필리핀 당국은 복구 프로젝트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총 13억 6,000여 페소(한화 275억 6,000여만 원)의 비용을 투자해 리조트마다 자체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섬 내의 습지가 남아있는 6개 지역의 불법 거주자들을 이주시키는 등 보라카이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환경법을 위반한 호텔과 레스토랑 400여 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고 섬 곳곳에는 경찰과 군인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많은 노력들이 모여 해변 모래 깊숙이 박혀있는 쓰레기들이 하나 둘 씩 수거되었고, 옛날 보라카이의 모습을 점차 찾아갔다. 



폐쇄 후, 달라진 보라카이?

폐쇄 종료 후, 곧바로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자연스레 관광객은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보라카이는 다시 살아 숨 쉬는 보석의 섬의 모습을 되찾았다. 8월, 필자가 방문한 보라카이의 바다 또한, 에메랄드 빛을 내뿜으며 넘실거렸다. 하지만 아름다운 보라카이의 생태계를 보호 및 유지하기 위해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다. 아래로는 보라카이의 환경보호를 위해 바뀐 부분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1. 바다에 세워진 거대한 보호벽

비치에서 흡연, 음주, 음식 섭취를 전면 금지하는 보호벽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도 전면 폐쇄 이전의 보라카이는, 해변 모래사장까지 쭉 이어진 식당, 펍, 클럽 테이블들로 밤이면 관광객들의 파티장소가 되었었다. 하지만 2018년도와 달리, 모든 레스토랑 및 가게들은 보호벽을 넘어 테이블을 확장하여 놓을 수 없고, 관광객들 또한, 비치에서 시끄럽게 노래를 틀거나, 흡연 및 음주를 할 수 없다.

바다를 완전히 보기 위해서는 보호벽을 나가야 한다. 이 거대한 보호벽이 세워지기까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보호벽이 세워졌고, 자연과의 공존은 결국 엄격한 규제가 따라야 유지가 되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2. 호텔에 플라스틱 물병이 없다?

냉장고 속에는 페트병 대신 유리병에 채워진 물이 있다.

 필자가 방문하였던 호텔은 전 객실이 플라스틱 물병 대신 유리병 물병이 제공되었다. 2018년 이후로,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보라카이의 모든 호텔에서 이러한 부분에 변화가 생긴듯하다. 물이 다 떨어질 경우, 리셉션에 문의를 하거나, 투숙객이 직접 일 층에 내려가 물을 받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관광지의 모든 숙박업소가  이러한 변화를 취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겨진다. 


3. 환경세

환경세 인상료를 알리는 공문.

   

보라카이는 총 2개의 공항을 보유하고 있다. 칼리보 공항과 까띠끌란 공항인데, 두 공항 중 어떤 곳에 내리던 배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해서 섬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때 배표를 끊기 위해서는, 환경세 지불이 필수적이다. 위의 사진은 재개방 이후, 2021년 2월 1일부터 기존의 환경세가 대폭 인상됨을 알리는 공고문이다. 대략 2.5배가 인상되어 외국인 관광객은 300페소, 내국인 관광객은 150페소, 아클란 지방 거주민은 면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상된 환경세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의 방문 수가 많아지는 만큼 관광지의 수명도 점점 짧아진다. 우리가 자연을 통해 치유받고 에너지를 얻어가듯이, 환경을 보존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세계에는 수많은 자연휴양지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연이 빚어놓은 거대한 유산을 보기 위해 그곳들을 방문한다. 관광객이 많아질 수록 쓰레기는 쌓여가고, 병들어가는 휴양지들은 잘못이 없다. 하지만 그곳을 국가 관광지로 이용하는 국가는 물론이고, 모든 인류가 자연이 남긴 유산과 그곳의 생태계를 보호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보호벽과 유리병에 담긴 물은 불가피한 선택지이며, 입장료에 환경세를 포함시키는 것 또한 필수적이자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1] GMA NEWS, Blue waters, green shores: The environmental impact of Boracay’s population boom, 2017.03.20

[2] KBS뉴스, [글로벌 돋보기]‘보라카이’ 문 닫았더니…에메랄드빛 되찾다!, 2018.08.05

[3] 서울경제, 초록 되찾은 보라카이…다시 '쉼'이 돌아왔다, 2023.05.17

[4] LGU Malaly Facebook, LOCAL GOVERNMENT UNIT OF MALAY, 2021.01.21


※ 해당 게시물 내용은 기후변화센터의 공식 입장이 아닌,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