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글로벌에디터][탄자니아] 정전이 일상이 되다, 잔지바르의 전력 취약성 문제

CC글로벌에디터 이서현
2025-12-29
조회수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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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에디터

       포르투갈어를 전공하고 관광경영학을 이중전공하며, 관광을 통한 개발협력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넓혀왔다.

       유세이버스 15기 활동을 계기로 기후정의와 탄소중립 개념을 접했고,

       이집트에서 다이빙 중 마주한 해양쓰레기 경험을 통해 해양환경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탄자니아에 머물며 기후위기 취약 지역의 대응과 현장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기후변화, 해양오염, 지속가능한 관광, 일상 속 실천까지 삶과 맞닿은 문제들을 이야기로 엮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도 몇 번씩 정전이 일어나는 삶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휴대전화 충전은 고사하고, 냉장고 문을 쉽게 열 수도, 가스불을 켜 요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이곳, 잔지바르에서 정전은 평범한 일상이다. 정전이 워낙 잦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전기가 끊겨 있던 적도 많았다. 눈을 떴을 때 주변이 소음 없이 고요할 때면 자연스럽게 ‘아, 정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짧게는 한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까지 정전이 지속되곤 했다. 부유한 호텔이나 상점에서는 비상 발전기를 가동하지만, 대부분의 가정과 가게는 낮에는 그저 기다리고, 밤에는 촛불과 손전등으로 버텨야 한다. 주로 비가 오는 날 발생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그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한다. 12월부터 기온이 점점 오르기 시작해 1-2월에는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와도 맞물리며 정전으로 인한 불편함은 한층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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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비 오는 날의 스톤타운 풍경


구조적 한계가 불러온 전력 위기  

이처럼 반복되는 정전은 우연이 아니다. 잔지바르의 전력 문제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섬의 전력 분배를 담당하는 잔지바르 전력공사(ZECO)는 자체 발전 설비가 거의 없고, 필요한 전력의 전량을 본토 탄자니아 전력공사(TANESCO)로부터 공급받는다. 이 전력은 단 하나의 수중 케이블을 통해 섬으로 들어와 잔지바르 전력 시스템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2008년 5월, 해당 케이블이 파손되면서 잔지바르 전역은 장기간 대규모 정전을 겪었다. 이후 케이블이 교체되었지만 단일 공급선 의존이라는 구조는 여전한 상태이다. 송배전 손실률은 여전히 14%가 넘고, 전력 접근률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광 산업 성장과 도시화로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해왔지만, 섬 내 자체 발전 능력은 제한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본토의 수력 중심 전력망마저 불안정하게 만든다. 게다가 잔지바르에서는 변압기 도난과 시설 파손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9월 한달 동안에만 8대의 변압기가 도난당하자, 정부는 이를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범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1 결국, 이와 같은 구조적 취약성과 반복되는 시설 손상은 잔지바르 주민들의 불편함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정전은 주민들의 일상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기 때문이다. 전력이 중단되면 펨바섬의 어부들은 냉장 설비가 멈춰 어획물을 보관할 수 없게 된다. 스톤타운 인근의 가정에서는 상수도 펌프가 멈추거나 가스불을 켜지 못해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 의료 현장에서는 신생아와 중증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며, 관광 산업의 경우 영업 중단과 비용 증가를 겪게 된다.




전력 자립을 위한 잔지바르의 다양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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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출범식에서의 후세인 알리 므위니 잔지바르 대통령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잔지바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력 자립을 향한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ZECO는 18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2 이는 현재 본토에서 공급되는 약 130MW 규모를 뛰어넘는 용량으로, 현지 산업과 주민에게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또한, 배터리 저장 시스템이 함께 도입되어, 낮 동안 생성된 전기를 피크타임에 활용하여 전력 불안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 더해, 오프그리드 태양광 솔루션의 보급도 확대되고 있다. 세계은행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농촌 지역과 본토 전력망 접근이 어려운 외진 지역에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시스템을 설치하여 소외 지역 주민들에게도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한다.3

한편, 잔지바르의 전력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수중 케이블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탄자니아 전력공사는 아프리카개발은행(AfDB)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아 44km의 고전압 케이블을 다르에스살람과 운구자, 펨바 섬에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케이블은 기존의 노후화된 연결을 대체하고 전력 전송 용량을 약 3배로 확대해, 정전과 전력 불안정 문제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4

잔지바르 정부는 2025-2040 전력 마스터 플랜을 통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전환을 공식 목표로 삼고 있음을 밝혔다. 태양광, 풍력 발전 확대, 분산형 전력망 강화 등을 통해 잔지바르 모든 지역의 안정적 전력 접근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본토 의존 구조를 점차 줄이기 위한 것이다.5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잦은 정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전력 생산과 분배의 주체를 본토에서 섬 자체로 이동시키고, 에너지 안정성을 높인다.



정전 뒤 숨겨진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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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3. 불공정 대선에 항의하며 아루샤에서 펼쳐진 반 정부 시위

하지만 잦은 정전 문제의 이면에는 단순한 인프라 부족 이상의 어두운 현실이 숨어있다. 정부 통제 아래 운영되는 전력 공급은 정치적 긴장이나 시민 시위가 발생할 경우 전기가 의도적으로 차단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29일 대 이후, 불공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약 일주일 간  인터넷이 차단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도 반복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전력이 권력의 통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간의 에너지 불균형도 또 다른 문제점이다. 정전 이후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운구자 지역은 우선적으로 복구되지만, 펨바 섬 내륙은 복구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주민들의 일상과 생계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더욱 불안정해지며, 이를 통해 정전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임이 드러난다. 






사진 출처 

그림1. 본인제공

그림2. TanzaniaInvest

그림3. 뉴시스


출처

1. <Isles govt warns against power infrastructure sabotage>, Daily news, Issa Yussuf, 2025-09-13, https://dailynews.co.tz/isles-govt-warns-against-power-infrastructure-sabotage/

2. <Zanzibar Prepares an 18 MW Solar Plant for Energy Autonomy>, Fomento, 2025-07-01, https://www.fomento.eu/en/news/zanzibar-prepares-an-18-mw-solar-plant-for-energy-autonomy

3. <Zanzibar renewable energy: Impressive 2024 Grid Upgrade>, knowhow.com, 2025-11-04, https://www.pvknowhow.com/news/zanzibar-renewable-energy-impressive-2024-grid-upgrade/

4. <Zanzibar set for a power boost as Tanesco launches major submarine electricity project>, Business Insider, Peter Nyanje, 2025-10-26, https://businessinsider.co.tz/zanzibar-set-for-a-power-boost-as-tanesco-launches-major-submarine-electricity-project/

5. <Zanzibar Launches Energy Policy 2025 and Power Master Plan 2025–2040 to Expand Renewables and Reduce Costs>, Tanzaniainvest, 2025-09-12, https://www.tanzaniainvest.com/energy/zanzibar-energy-policy-2025-power-master-plan-2040


참고자료

1. <Tanesco warns of weekend power cut in Dar, Zanzibar>, Amina Mwampangala, 2025-02-20, https://dailynews.co.tz/tanesco-warns-of-weekend-power-cut-in-dar-zanzibar/

2. <TANESCO apologises for widespread power outages across multiple regions>, The respondent online, 2025-12-08, https://www.therespondents.co.tz/2025/12/tanesco-apologises-for-widespread-pow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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