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그린에디터][필리핀] 필리핀 생활 속 기후불평등

CC매니저-Rara
2023-05-26
조회수 997



전정원 에디터
🖊️전정원 에디터
현재 필리핀 내에서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지역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만 4세의 아이들, 현지 주민들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선진국의 환경남용이 개발도상국에, 그중 가장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제일 먼저 찾아온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재난이 더 크고 자주 발생해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난으로 순식간에 사라진 그들의 터전은  가해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곳에서 근무하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필리핀의 기후

필리핀은 열대계절풍기후를 지닌 국가로, 5월에서 10월까지 잦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11월에서 2월까지는 북동쪽에서 건조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건기와 우기의 뚜렷한 구분이 없어지고, 동태평양의 바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 등으로 과거 필리핀의 정형화된 날씨 패턴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기후 불평등이란?

비극적인 모든 일은 약자에게 더 큰 비극을 만들고 벗어나기 힘든 악순환을 고착화한다. 기후변화 피해 또한 모든 사람이 같은 손해를 입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잦아지는 홍수, 가뭄, 평균기온 상승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가해지고 이것은 기후 난민, 인명피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주거도, 경제상황도, 식량도 불안정하기에 기후위기 적응 능력이 낮아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렇게 기후변화를 가속화 한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이 적은 사회적 약자가 더 큰 피해를 입는 구조를 기후불평등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 중 한 곳인 Southside 또한 기후불평등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데, 이에 이번 기사는 건기와 우기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필리핀에서 근무하며 몸소 겪을 수 있었던 기후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다루어 보고자 한다.

 


안전한 보금자리를 잃는다는 것

▲ 필리핀의 쓰레기 마을 Southside, 불안정한 지면 위에 세워져 재난에 취약하다. 

사진출처:본인제공


Southside는 필리핀에서 쓰레기마을로 불리는 지역 중 한 곳으로, 쓰레기 더미가 굳어져 지층이 된 땅 위에 판자를 세워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이곳의 Daycare center에서 5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불안정한 지면 위에 세워진 이 마을의 집들은 점점 잦아지는 폭우와 태풍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주거지 및 정주환경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주거권’이라 일컫는다. 이 주거권은  Southside 마을의 많은 사람이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권리 중 하나다. 비가 많이 오면 5평 남짓 되는 집은 물바다가 되고, 태풍이 칠 때면 힘없이 버티는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보수를 한다. 이곳의 주민들은 기후변화를 가속화 하는 사람들과 비등하게 자연을 남용할 경제권도, 역량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책임자들이 저지른 비극을 그저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교육 받을 권리를 잃는다는 것


▲폭우가 내린 뒤의 마을 사진

사진출처:본인제공


교육 관련 봉사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후, 기후변화로 인한 불평등은 교육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폭우가 몰아치는 날엔 많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다. 그런 날이면 부모님을 도와 물이 샌 집의 보수를 도와야 하고, 도로와 골목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필수적 요소인 ‘교육’은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아이들의 꿈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위의 사진은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가파른 계단이다. 비가 조금만 와도 물살이 금방 세지기 때문에 폭우가 아니더라도 비가 오는 날이면 결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과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불법 거주지역이라 시청의 혜택도 잘 받지 못하는 이 마을에 개인이 포장도로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안전한 거주지역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삶이 더 이상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들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겼다.

사진출처:본인제공


마지막으로, 위의 사진은 며칠 전 필자의 출근길이다. 필자는 매일 필리핀의 대중교통인 지프니와 트라이씨클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이날은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기고, 트라이씨클이 멈춰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다. 한국도 비가 많이 오는 경우,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하고 출퇴근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필리핀은 일기예보와 다르게 폭우가 내리는 날이 잦아지고, 우기가 점점 길어져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한국보다 기후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5개월가량 이곳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은 이곳의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일으킨 국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 기본 생계가 어렵기에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이 기후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기 보다는, 앞으로의 삶이 보다 더 안전하고 평온하길 바라며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그렇기에 우리 또한 이 사태를 방관하고, 무시한 채 평온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구 반대편 기후변화로 인한 불평등을 겪으며 자신의 삶에 있어 많은 부분을 박탈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조선멤버스, 기후변화로 생산량 들쑥날쑥 올해 필리핀서1000만개 남아돌아, 2019.07.26.

[2] 네이버 백과사전, 필리핀 기후 

[3] 두산백과 두피디아, 주거권  

 

 

※ 해당 게시물 내용은 기후변화센터의 공식 입장이 아닌,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