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GF 2026
세션 3. 녹색금융
전환의 동력: 난감축 산업 전환을 위한 녹색자본

▲📸[7월 8일, 포항 라한호텔에서'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 WGGF 공식 홈페이지 갤러리 제공]
세션 3 소개 | 공공-민관이 함께 여는 전환금융의 길
WGGF(World Green Growth Forum)는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국제 포럼입니다.
이번 세션 3에서는 "전환의 동력: 난감축 산업 전환을 위한 녹색자본"을 주제로, 철강·해운처럼 탄소감축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산업이 어떻게 녹색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뒤에서 자본과 정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김종대 교수(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션에는 GGGI, 한국해양진흥공사,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워터라인 파트너스, 한국은행 등 국제기구·공공기관·민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금융-제도-현장이라는 세 축에서 난감축 산업 전환의 조건을 입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 📸 ['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세션 3 패널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세션 3 내용 정리 | 녹색금융에서 전환금융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다
세션 전체를 관통한 키워드는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의 구분이었습니다. 녹색채권, 녹색대출처럼 이미 친환경적인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녹색금융이라면, 전환금융은 현재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옮겨가도록 돕는 금융입니다. 철강이나 해운처럼 당장 완전한 녹색 전환이 불가능한 산업일수록, 이 '전환'이라는 중간 단계를 뒷받침할 금융이 절실하다는 점이 여러 발제자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하나 뚜렷하게 드러난 흐름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구조였습니다. 난감축 산업의 전환은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해 민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초기 단계에서 보증이나 정책금융으로 위험을 낮추고,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이후에 민간 자본이 들어오는 '단계적 협력 구조'가 이번 세션의 사실상 공통 결론이었습니다. 이 구조는 발제자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GGGI는 '뱅커빌리티 확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마중물 역할', 한국은행은 '블렌디드 파이낸스'— 결국 같은 메커니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세션에서는 탄소가격제와 탄소배출권 시장의 역할도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탄소배출에 가격이 매겨지면 기업의 감축 활동은 더 이상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됩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사업의 수익성과 미래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가 되고, 결과적으로 민간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번 세션의 논의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이었습니다.
[발제①] 탄소시장, 공공과 민관을 잇는 다리 — Aaron Breyar (GGGI 탄소금융부국장)
애런 브레이어 부국장은 혁신적인 탄소감축 기술일수록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민간 금융기관 단독으로는 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GGGI는 이 지점에서 공공과 민간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핵심은 탄소시장이 배출에 가격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수익 확실성은 감축이 어려운 부문(hard-to-abate sectors)에도 투자자들이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되며, 결국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기술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프로젝트의 '뱅커빌리티(bankability)'를 확보하는 것이 탄소금융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발제②] IMO 규제 앞에서, 한국 해운의 갈림길 —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지원센터장)
정영두 센터장은 IMO가 2050년까지 전 세계 선박의 친환경 연료 전환을 의무화한 가운데, 한국 해운산업이 놓인 현실을 데이터로 짚었습니다. 한국은 1,500척의 선박을 보유한 세계 선복량 4위 해운강국이지만, 친환경 선박 비중은 세계 5위(8~9%)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신규 발주 선박 중 차세대 연료 선박 비중이 24%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유럽의 96~98%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합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한국의 친환경 선박 경쟁력은 5위에서 9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를 막기 위해 신규 친환경 선박 발주 시 선가의 10%를 지원하는 직접 보조금,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를 포함한 선박금융 지원, 선박 담보 특별보증제도, 정보·컨설팅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1,500척 전환에 수십조 원이 필요한 만큼 공공금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후순위 채권과 보증을 통해 민간금융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선박금융을 공급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공공금융의 '마중물' 역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 ['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세션 3 정영주 북극항로지원센터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발제③] 신뢰 없이는 자산도 없다 — 김형주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김형주 연구원은 탄소감축 결과를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감축량의 신뢰성 검증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MRV(측정·보고·검증)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현재 민간 금융기관들이 관련 전문가 부족과 중소기업 평가 역량 부족으로 프로젝트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습니다. 유럽의 택소노미(Taxonomy) 사례처럼 평가 체계를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 📸 ['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세션 3 김형주 책임연구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발제④] 선주의 시선에서 본 세 가지 장벽 — 정우송 (워터라인 파트너스 대표)
정우송 대표는 민간 투자자의 관점에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지연되는 현실적인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친환경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20% 이상 비용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첫 번째 장벽입니다. 여기에 ① 화물 공급의 불안정성 ② LNG·메탄올·암모니아 중 어떤 연료가 표준이 될지 모르는 기술 불확실성 ③ 높은 초기 비용이 겹치면서, 동시에 정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저탄소 기술과 인프라가 미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면 민간투자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처럼 프로젝트의 성숙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설계된 금융 상품을 제시했으며, 실제로 2024년 1월 국내 최초의 관련 채권 발행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발제⑤] 리스크는 공공이, 확산은 민간이 — 최영주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최영주 실장은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구조를 통해 협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했습니다. 공공부문이 초기 단계의 불확실한 리스크를 먼저 부담하고 보증을 제공하면, 프로젝트가 성숙해감에 따라 지속가능연계채권·녹색채권 등 다양한 금융기법이 순차적으로 투입되고, 최종적으로는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규모 민간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입니다.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프로젝트가 이런 단계적 금융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최 실장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전환 프로젝트의 특성상, 정부와 공공기관이 신뢰성과 투명성을 갖춘 모니터링·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패널토론 | 전환금융, 아직 이름도 낯설다
세션 후반부의 패널토론은 이날 논의의 온도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녹색금융과 구분되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의 정의와 타당성이었습니다.
전환금융이란 무엇인가. 전환금융은 신재생에너지처럼 순수한 녹색 프로젝트가 아니라, 철강 등 신재생 전환이 당장 불가능한 기존 산업이 에너지 효율화나 배출량 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을 뜻합니다. 포스코의 에너지 효율화 투자가 대표적인 예로 언급됐습니다. "녹색 전환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금융"이라는 찬성론과 "기존 전통금융과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민간 참여를 가로막는 세 겹의 벽.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ESG 추진 인프라(KPI·SDG 설정 체계) 부재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중심 평가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부분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그리고 선사들 사이에서는 친환경 선박이 장기적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 자체가 아직 약하다는 점이 함께 지목됐습니다.
정부의 역할, 예측가능성이 곧 신뢰다. 이를 풀어가기 위해 정부가 투자 불확실성을 완화할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 MRV 시스템을 정비해 감축량 검증·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점, 금융기관·투자자·프로젝트 운영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의 현실 적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부문이 프로젝트 정의·모니터링·감사 기준을 갖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차례로 제시됐습니다. 패널들은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지금의 초기 정착 단계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 도구로 점진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어려운 용어 쉽게 이해하기
▪난감축 산업(Hard-to-abate sectors)
기술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산업. 철강, 시멘트, 해운, 항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
이미 친환경적인 기업이 아니라, 현재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금융입니다.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공공자금이 초기 리스크를 먼저 부담해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후 민간자금이 후속 투입되도록 설계된 혼합재원 구조입니다.
▪MRV (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탄소감축량을 측정·보고·검증하는 체계. 감축 성과를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WGGF INTERVIEW
가장 인상 깊었던 점 (공통)
이번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녹색전환이 기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철강산업이 수소환원제철 같은 새로운 기술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고, 해운산업이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려면 화물·연료·비용이라는 세 가지 장벽을 동시에 넘어야 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정부의 정책, 시장의 신뢰, 민간 자본의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여러 발제자가 공통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결국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은 단순히 친환경 사업에 돈을 대는 것을 넘어, 정부의 정책·민간의 자본·기업의 기술을 하나로 엮어 산업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세션3을 선택한 이유는?
정승원 — 평소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자금과 투자가 함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철강과 해운처럼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난감축 산업이 실제로 어떻게 녹색전환을 이루어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정부와 공공기관, 민관 금융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지 알아보고 싶어 세션 3을 선택했습니다.
김태인 —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등을 접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동력으로서 '녹색금융'의 역할에 흥미를 평소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초기 비용 부담과 리스크가 큰 친환경 분야에서 정책금융이 어떻게 시장의 불안 요소를 낮추고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지, 그 구체적인 구조와 금융 메커니즘을 배우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 세션 3을 선택했습니다.
주연우 — 평소 ESG와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이 있어 탄소중립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는지 궁금해 이 세션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철강, 해운과 같은 난감축 산업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참여 소감을 말한다면?
정승원 — 이번 세션을 통해 탄소중립은 기업의 기술개발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정책,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철강과 해운처럼 전환이 어려운 산업일수록 정부와 공공기관이 초기 위험을 나눠지고, 민간 금융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ESG를 볼 때도 환경적 성과 자체보다, 그 성과를 뒷받침하는 금융·정책 기반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김태인 — 녹색금융이 단순히 친환경 기업에 자금을 대는 차원을 넘어, 투자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신뢰를 쌓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이번 세션에서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아 자본 유입의 걸림돌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고, 막연했던 금융 메커니즘이 실제 산업 현장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주연우 — 탄소시장이 단순히 배출을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감축 노력을 새로운 현금흐름으로 연결해 투자의 근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동안 탄소배출권은 환경 규제의 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발표를 통해 탄소가격제가 투자자의 의사결정과 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경제적 신호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술력만으로는 난감축 산업의 전환이 어렵고, 시장의 전환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의미깊은 세션에 참석할 수 있어 감사하고 영광이었습니다!



🌏WGGF 2026
세션 3. 녹색금융
전환의 동력: 난감축 산업 전환을 위한 녹색자본
▲📸[7월 8일, 포항 라한호텔에서'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 WGGF 공식 홈페이지 갤러리 제공]
2026 세계녹색성장포럼 (WGGF)
세션 3 소개 | 공공-민관이 함께 여는 전환금융의 길
WGGF(World Green Growth Forum)는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국제 포럼입니다.
이번 세션 3에서는 "전환의 동력: 난감축 산업 전환을 위한 녹색자본"을 주제로, 철강·해운처럼 탄소감축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산업이 어떻게 녹색전환을 이뤄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뒤에서 자본과 정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김종대 교수(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션에는 GGGI, 한국해양진흥공사,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워터라인 파트너스, 한국은행 등 국제기구·공공기관·민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금융-제도-현장이라는 세 축에서 난감축 산업 전환의 조건을 입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 📸 ['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세션 3 패널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세션 3 내용 정리 | 녹색금융에서 전환금융으로, 논의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다
세션 전체를 관통한 키워드는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의 구분이었습니다. 녹색채권, 녹색대출처럼 이미 친환경적인 사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녹색금융이라면, 전환금융은 현재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옮겨가도록 돕는 금융입니다. 철강이나 해운처럼 당장 완전한 녹색 전환이 불가능한 산업일수록, 이 '전환'이라는 중간 단계를 뒷받침할 금융이 절실하다는 점이 여러 발제자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하나 뚜렷하게 드러난 흐름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구조였습니다. 난감축 산업의 전환은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해 민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초기 단계에서 보증이나 정책금융으로 위험을 낮추고,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이후에 민간 자본이 들어오는 '단계적 협력 구조'가 이번 세션의 사실상 공통 결론이었습니다. 이 구조는 발제자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GGGI는 '뱅커빌리티 확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마중물 역할', 한국은행은 '블렌디드 파이낸스'— 결국 같은 메커니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세션에서는 탄소가격제와 탄소배출권 시장의 역할도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탄소배출에 가격이 매겨지면 기업의 감축 활동은 더 이상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됩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사업의 수익성과 미래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가 되고, 결과적으로 민간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번 세션의 논의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이었습니다.
[발제①] 탄소시장, 공공과 민관을 잇는 다리 — Aaron Breyar (GGGI 탄소금융부국장)
애런 브레이어 부국장은 혁신적인 탄소감축 기술일수록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민간 금융기관 단독으로는 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GGGI는 이 지점에서 공공과 민간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핵심은 탄소시장이 배출에 가격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수익 확실성은 감축이 어려운 부문(hard-to-abate sectors)에도 투자자들이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되며, 결국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해 기술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프로젝트의 '뱅커빌리티(bankability)'를 확보하는 것이 탄소금융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발제②] IMO 규제 앞에서, 한국 해운의 갈림길 —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지원센터장)
정영두 센터장은 IMO가 2050년까지 전 세계 선박의 친환경 연료 전환을 의무화한 가운데, 한국 해운산업이 놓인 현실을 데이터로 짚었습니다. 한국은 1,500척의 선박을 보유한 세계 선복량 4위 해운강국이지만, 친환경 선박 비중은 세계 5위(8~9%)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신규 발주 선박 중 차세대 연료 선박 비중이 24%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유럽의 96~98%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합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한국의 친환경 선박 경쟁력은 5위에서 9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를 막기 위해 신규 친환경 선박 발주 시 선가의 10%를 지원하는 직접 보조금,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를 포함한 선박금융 지원, 선박 담보 특별보증제도, 정보·컨설팅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1,500척 전환에 수십조 원이 필요한 만큼 공공금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후순위 채권과 보증을 통해 민간금융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선박금융을 공급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공공금융의 '마중물' 역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 ['2026 세계녹색성장포럼(WGGF)' 세션 3 정영주 북극항로지원센터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발제③] 신뢰 없이는 자산도 없다 — 김형주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김형주 연구원은 탄소감축 결과를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감축량의 신뢰성 검증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MRV(측정·보고·검증)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현재 민간 금융기관들이 관련 전문가 부족과 중소기업 평가 역량 부족으로 프로젝트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습니다. 유럽의 택소노미(Taxonomy) 사례처럼 평가 체계를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발제④] 선주의 시선에서 본 세 가지 장벽 — 정우송 (워터라인 파트너스 대표)
정우송 대표는 민간 투자자의 관점에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지연되는 현실적인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친환경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20% 이상 비용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첫 번째 장벽입니다. 여기에 ① 화물 공급의 불안정성 ② LNG·메탄올·암모니아 중 어떤 연료가 표준이 될지 모르는 기술 불확실성 ③ 높은 초기 비용이 겹치면서, 동시에 정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저탄소 기술과 인프라가 미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면 민간투자 확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SLB)처럼 프로젝트의 성숙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설계된 금융 상품을 제시했으며, 실제로 2024년 1월 국내 최초의 관련 채권 발행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습니다.
[발제⑤] 리스크는 공공이, 확산은 민간이 — 최영주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최영주 실장은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구조를 통해 협력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했습니다. 공공부문이 초기 단계의 불확실한 리스크를 먼저 부담하고 보증을 제공하면, 프로젝트가 성숙해감에 따라 지속가능연계채권·녹색채권 등 다양한 금융기법이 순차적으로 투입되고, 최종적으로는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규모 민간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입니다.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프로젝트가 이런 단계적 금융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최 실장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전환 프로젝트의 특성상, 정부와 공공기관이 신뢰성과 투명성을 갖춘 모니터링·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패널토론 | 전환금융, 아직 이름도 낯설다
세션 후반부의 패널토론은 이날 논의의 온도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녹색금융과 구분되는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의 정의와 타당성이었습니다.
전환금융이란 무엇인가. 전환금융은 신재생에너지처럼 순수한 녹색 프로젝트가 아니라, 철강 등 신재생 전환이 당장 불가능한 기존 산업이 에너지 효율화나 배출량 감축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을 뜻합니다. 포스코의 에너지 효율화 투자가 대표적인 예로 언급됐습니다. "녹색 전환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금융"이라는 찬성론과 "기존 전통금융과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민간 참여를 가로막는 세 겹의 벽.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ESG 추진 인프라(KPI·SDG 설정 체계) 부재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중심 평가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부분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그리고 선사들 사이에서는 친환경 선박이 장기적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 자체가 아직 약하다는 점이 함께 지목됐습니다.
정부의 역할, 예측가능성이 곧 신뢰다. 이를 풀어가기 위해 정부가 투자 불확실성을 완화할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정책 예측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 MRV 시스템을 정비해 감축량 검증·모니터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점, 금융기관·투자자·프로젝트 운영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의 현실 적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부문이 프로젝트 정의·모니터링·감사 기준을 갖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차례로 제시됐습니다. 패널들은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지금의 초기 정착 단계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 도구로 점진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어려운 용어 쉽게 이해하기
▪난감축 산업(Hard-to-abate sectors)
기술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산업. 철강, 시멘트, 해운, 항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
이미 친환경적인 기업이 아니라, 현재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금융입니다.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
공공자금이 초기 리스크를 먼저 부담해 프로젝트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후 민간자금이 후속 투입되도록 설계된 혼합재원 구조입니다.
▪MRV (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탄소감축량을 측정·보고·검증하는 체계. 감축 성과를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WGGF INTERVIEW
가장 인상 깊었던 점 (공통)
이번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녹색전환이 기술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철강산업이 수소환원제철 같은 새로운 기술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고, 해운산업이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려면 화물·연료·비용이라는 세 가지 장벽을 동시에 넘어야 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정부의 정책, 시장의 신뢰, 민간 자본의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여러 발제자가 공통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결국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은 단순히 친환경 사업에 돈을 대는 것을 넘어, 정부의 정책·민간의 자본·기업의 기술을 하나로 엮어 산업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세션3을 선택한 이유는?
정승원 — 평소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자금과 투자가 함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철강과 해운처럼 탄소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난감축 산업이 실제로 어떻게 녹색전환을 이루어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정부와 공공기관, 민관 금융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산업의 전환을 지원하는 지 알아보고 싶어 세션 3을 선택했습니다.
김태인 —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등을 접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동력으로서 '녹색금융'의 역할에 흥미를 평소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초기 비용 부담과 리스크가 큰 친환경 분야에서 정책금융이 어떻게 시장의 불안 요소를 낮추고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지, 그 구체적인 구조와 금융 메커니즘을 배우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 세션 3을 선택했습니다.
주연우 — 평소 ESG와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이 있어 탄소중립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추진되는지 궁금해 이 세션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철강, 해운과 같은 난감축 산업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참여 소감을 말한다면?
정승원 — 이번 세션을 통해 탄소중립은 기업의 기술개발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정책,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철강과 해운처럼 전환이 어려운 산업일수록 정부와 공공기관이 초기 위험을 나눠지고, 민간 금융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ESG를 볼 때도 환경적 성과 자체보다, 그 성과를 뒷받침하는 금융·정책 기반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고 싶습니다.
김태인 — 녹색금융이 단순히 친환경 기업에 자금을 대는 차원을 넘어, 투자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신뢰를 쌓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이번 세션에서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아 자본 유입의 걸림돌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고, 막연했던 금융 메커니즘이 실제 산업 현장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주연우 — 탄소시장이 단순히 배출을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감축 노력을 새로운 현금흐름으로 연결해 투자의 근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동안 탄소배출권은 환경 규제의 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발표를 통해 탄소가격제가 투자자의 의사결정과 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경제적 신호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술력만으로는 난감축 산업의 전환이 어렵고, 시장의 전환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의미깊은 세션에 참석할 수 있어 감사하고 영광이었습니다!